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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배_극한_건물탈출 (For.백한 오너 대리 리사님

by 뮤아넨 2017. 2. 10.

요람에서는 체육관에서 둘, 혹은 그 이상으로 짝 지어서 대련을 하는 풍경이 흔했다. 물론 둘이서 대련하는 것은 부상의 위험도 존재하지만, 혼자서 연습만 하는 것은 실력의 정체가 될 수도 있고 실전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대에는 살기가 조금 어린 대련이 더 몸을 빠르게 반응하도록 훈련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대련은 대부분 비슷한 실력끼리 짝 짓거나,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아 넘기는 형식으로 진행되곤 했다. 그래... 바로 이 앞의 풍경처럼.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각인지 평소와 달리 조금 한적한 체육관 앞에 여느 다른 대련자들처럼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쪽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한 손에는 무겁고 흉흉해 보이는 모닝스타를 들고 있는 여자였고, 다른 한 쪽은 짧지만 튼튼해 보이는 가검을 쥐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체육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 둘을 힐끔거렸는데, 동정의 시선이 닿는 쪽은 남자의 쪽이었다.

 

현제야....”

, 한씨.”

 

눈에 흉터를 단 검은 머리의 남자-백한은 제 앞에 서 있는 하늘색 머리칼의 여자-베놈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물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떨린 것이지만.... 목을 가다듬는 모습이 조금 애처로웠다.

 

“...살살, 부탁해요....”

최대한 해 볼게요? 한씨는... 저보다 약하시니 까요.”

하하.... 너무하네....”

사실 직시는 꽃 부서의 필수인걸요.”

 

베놈은 그 얇은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손에 들린 모닝스타를 가볍게 휘둘러 날선 바람소리를 만들었다. 그냥 야구방망이 같은 물건이라면 그렇게 무섭게 보이진 않겠지만, 미안하게도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가시 박힌 철구가 막대에 붙어있는 사납게 생긴 둔기-그 이름도 찬란한 모닝스타’-였다. 그런 무기를 딸랑 팔뚝보다 조금 짧을 뿐인 단검으로 상대하려는 한도 한이지만.... 몸에 익지 않은 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익숙한 쪽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모르잖은가.

 

몸을 움직여 가볍게 푼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연인간의 부들부들한 시선도, 분위기도 날아가고 두 사람의 간격 안에 남은 공기는 날카롭게 서로를 탐색하고 찌르려는 눈빛만이 남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대착상태를 먼저 끊은 것은 한 발 크게 들어온 베놈이었다. 둔기는 맞으면 큰 데미지를 입지만, 그것을 휘두르기까지 걸리는 동선과 힘이 큰 축이었다. 묵직하게 들어오는 모닝스타의 머리 부분을 가볍게 뒤로 물러나 피한 한은 뒤로 빠지던 속도 그대로 베놈의 옆으로 치고 들어갔지만, 그녀가 억지로 방향을 틀어 무기를 휘두른 탓에 더 멀리 물러서야 했다.

 

“...너무 안 봐주는 거 아냐?”
대련은 봐주는 게 아니잖아요?”

 

미소가 걸린 얼굴로 해맑게 대화하는 것도 잠시, 이번에 먼저 치고 들어간 쪽은 한이었다. 무기를 크게 휘둘러 동선을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지그재그로 치고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던 베놈이 짧게, 사선으로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카강, 가검의 날이 서지 않은 쇠날 부분과 모닝스타의 봉 부분이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가검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날이 서 있는 진검 직전의 검. 그것이 가검이었고, 아무리 날이 서있지 않은 물건이라 해도 이런 속도로 휘둘러진 것에 맞으면 분명 피를 볼 정도의 데미지를 입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아무리 급소 중점 타격하는 그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는데.

 

“...그러는 한씨야 말로- 너무 흥분한 거 아니에요?”
베놈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래.”

다정한 말은 대련이 끝나면 해주세요.”

 

가검을 크게 젖혀 쳐내며 베놈은 웃었다. 강하게 넘겨져 버린 탓에 뒤로 물러나야했던 한도 그걸 보고 웃었다. 그래, 사랑의 속삭임은 살기만 감돌아야 하는 대련에는 퍽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한번 멀어진 거리에 두 사람은 다시 태세를 정비하고 재차 맞붙었다.

 

두 사람 중에 하나가 더 이상 대련 진행이 불가능 할 때까지, 그들은 맞서 싸울 생각인 듯 살벌하게 무기가 부딪혀 우는 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