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을 하면 변한다던가. 아니, 이건 죽을 때였나. 뭐 어떤 격언이던 간에, 차윤성, 그의 붉은 방울이 변했다.
리 페이링. 자두나무 이(李)에 버릴 폐(廢), 방울 령(鈴)자를 써서 리- 페이링, 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같은 페이-라고 읽는 붉은빛 비(緋)를 사용해 그가 ‘비령’이라 부르는 페이링이, 윤성 그를 달님이라며 유에(月)라 부르는 페이링이 변했다.
가장 첫 번째 변화는 목이었다.
고양이 부서이면서, 항상 외근이나 대련을 하고나서 상처 하나, 둘 달고 오는 페이링의 상처를 자주 봐주던 윤성이었기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상대를 만났는지 몰라도 어깨 뒤쪽으로 검게 피멍이 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옷을 벗어 상처를 내보여야 했다. 평소처럼 커튼 달린 침대로 페이링을 먼저 밀어 넣고, 치료할 도구들을 챙겨 그 안으로 들어갔던 윤성은 상처 외에도 붉은 색이 그녀의 피부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붉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개 목걸이’라고 불리는 종류가 분명 인간일 것이 틀림없는 그녀의 목에 채워져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의 등장에 윤성은 잠시 얼어붙어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유에...?”
“아... 미안해요, 비령 선배. 조금... 놀라 버려서요....”
개목걸이야 흔한 물건이었다. 취향이 나쁜 사람이던, 아니면 특별한 판타지가 있는 사람이건. 한번쯤은, 그래. 한번쯤은 목에 걸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다만-.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페이링이 그것을 하고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꽤 충격적인 사실로 다가온 것 같았다. 금방 표정을 수습했지만 윤성이 무얼 보고 놀란 건지 이해한 페이링은 흐린 듯, 금방 사라질 듯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게 피어나는 그 표정은 그야말로 ‘피어난다’라는 말이 어울렸다.
“선물... 받았습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그 날로부터 얼마지 않아, 윤성은 페이링이 탁재원 간부와 이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페이링의 미소를 어디선가 봤는지 기억해냈다. 행복했을 시절에 거울 속에서 봤던 저의 얼굴에서 피어났던, 미소였다.
“...그래서... 행복해요?”
“네.... 잘 아껴주시고....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페이링이 재원 간부와 이어졌다 하더라도-그것이 강압적이던, 일시적이던, 어떠한 계책이 존재하던,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던 간에- 그녀는 고양이 부서 소속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원 간부의 요정으로 외근은 많이 줄어들고, 그의 보조를 거의 다 도맡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도 고양이 부서의 일원이기에 어느 정도의 업무량은 감당해야 했다. 특히 고양이의 업무 중에서 미행과 암살을 담당하고 있고, 이전에 임시 간부로서 올랐던 전적이 있어 그녀가 맡아야 할 의무적인 업무는 어느 정도 부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그렇지만 업무의 난이도는 올랐어도, 부상의 정도는 훨씬 줄어들어 이렇게 윤성과 페이링이 마주보고 앉아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었다. 의지할 대상이 생긴 그녀는 이전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이전처럼 많이 다치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상처 위로 붙인 테이프를 가위로 잘라낸 그가 웃었다. 늘 이랬으면 좋겠네. 많이 다치지도 않고. 다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그녀가 의무실에 방문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외근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재원 간부의 곁에 머물면서 보좌하는 것이 업무인 탓에 따로 시간을 내는 것도 애매했고, 다치지 않는 데에도 의무실에 오는 것도 이상했으며, 페이링이 재원 간부의 곁을 떠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만큼 깨를 볶고 있다는 걸까. 얼마 전에 방문한 나비부서의 투덜거림을 떠올렸던 윤성은 보이지 않게 웃었다. 분명 내용이... 솔로는 서러워서 어떻게 지내나. 서류 내러 방문할 때마다 눈치 보인다...였나.
사람은 변한다. 사랑을 하던, 아니면 죽음이 다가오던.
그 어떤 이유든 간에, 사람이 변화를 한다면, 기존의 익숙한 것을 내려두고 새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그것은 상당한 각오와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재원 간부의 어린 애인. 몸에 남은 흔적을 봐서는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주변이 괴로울 정도로 사이가 좋은 관계. ...그렇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비록 목에 튼튼한 가죽 개 목걸이를 채우는 것이라 하더라도.
“유에-.”
“네, 비령 선배.”
“늘, 고마워요.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 미소가, 흐려지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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