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고양이 부서가 아니더라도 외근은 대부분의 부서가 나가는 것이기에 사옥 외부에서 요람의 사람과 만나는 것은 그렇게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사옥 외부에 외근을 나갔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다른 볼일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출퇴근을 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요람은 사옥 내부에 기숙사가 있어서 그런지, 한번 외출 한 김에 다른 일도 같이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런 분위기가 요람에 가득했기에, 조금 먼 곳으로 외근을 갔던 페이링이 그 지역 거리에서 같은 부서의 백한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흔치 않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 의외인 점은 고양이 부서의 두 사람이 같은 지역으로 외근을 나갔다는 것... 뿐이려나?
모처럼 일찍 끝난 임무였다. 상대는 쉬웠고, 흔적은 지우기 쉬운 곳이었다. CCTV도 없던 구역이라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타깃은 경계 하나 하지 않은, 그야말로 어린 양처럼 얌전히 그녀에게 목을 내줘야 했다. 유일한 흔적으로 피가 묻은 와이셔츠를 태워 재를 하수구로 흘려버린 페이링은 처음 온 지역을 탐색할 겸, 점심에 가까워진 거리를 걸어갔다. 양복에 마의 대신 걸친 두루마기는 확실히 흔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옷차림이긴 해도 나름 패션이라 우긴다면 우길 수 있는 차림이었다. ...그런 흔치 않은 옷차림이, 저 앞에서 휘날리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의외의 사항이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머리 반개는 훌쩍 큰 키에 검은색 두루마기. 요람엔 검은 머리가 흔하긴 했지만 저 키에, 저 머리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늘을 머리에 담은, 꽃 부서의 강자 중 하나인 베놈-현제-씨의 애인, 같은 고양이 부서의....
“백... 한씨...?”
부러 기척을 드러내어 그 뒤를 쫓아 그를 부르니 돌아보는 얼굴은 페이링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이 맞았다. 갑자기 뒤를 쫓던 기척에 긴장을 했던 모양인지 두루마기 안쪽에 숨겨진 그의 팔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아... 링...이네. 외근?"
"네.... 저도 외근입니다. ...같은 지역으로 오다니... 신기하네요."
"그러게. 보통은 여기저기 흩어두지 않으려나.... 내... 외근은 단순 전달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그렇군요.... 저는... 계약을."
라고 말을 하면서 페이링은 머리카락을 넘기는 척, 손을 세워 목의 옆을 두드렸다. 그 의미를 알아차린 그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시시한 잡담이 오갔다. 주변의 귀도 있기에 적당히 단어를 골라가면서 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의 발걸음이 인적 드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주택가...네요."
"...그러게. 엄청 조용하다."
"이 시간에는 보통 주부만 집에 있고, 나머지는 외출할 시간이니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집에 틀어박혀 막상 건물이 마주하고 있는 골목은 한산했다. 가끔 먼 골목에서 뛰어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집 외부에 있는 인기척을 경계하는 개의 짖는 소리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정적, 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공간이었다. 벽돌을 쌓아 만든 담벼락은 덩쿨식물에 덮혀 푸릇푸릇하게 햇빛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담쟁이 덩굴...인가?"
"아뇨, 여주네요."
"여주?"
푸릇한 잎파리 사이로 늘어진 샛노랗고, 주홍색의 유둘두둘한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오이라고 하기엔 너무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무언가의 과일...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초록색에 그야말로 '덜 여문' 것이 매달려 있었다.
"겉보기엔 저렇지만... 속을 갈라보면 붉은 즙과 과육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네...."
덩굴 쪽으로 가 열매를 들고 살펴보던 백한이 제게 닿아오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여주를 한 손에 들고있는 페이링의 시선이 얼굴에 따갑게 닿아왔다.
"...왜?"
"...그러고보니... 구기자와 여주를 차로 만들어 끓여먹으면 당뇨에 좋다고 했죠...."
"...응?"
"...하나 가져다 심어봐야겠습니다."
"아, 아니... 나 아직 당뇨 올 정도는...."
"이런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도...."
"베놈씨도 걱정하시던걸요. 단 것을 너무 많이 드신다고."
"......."
백한을 말로 격추시킨 페이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잘 익은 여주 몇개를 따 손수건에 담았다. 묵직하게 차오른 손수건을 든 그녀는 침울해져 괜한 잎을 뜯고있는 그를 보며 웃었다.
"걱정 마세요. 차로 만드는 건 제가 해 보겠습니다."
"...마시는 건 이미 확정인거니, 링...."
"당연합니다."
뿌듯하게 웃는 그 모습에 한은 한번 더 격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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