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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미션 로그

[루테] Log of Illusion.

by 뮤아넨 2015. 10. 29.
"...그래서 말입니다...."

혼자밖에 없을 빈 방. 요동치는 마력의 흐름. 부러 남에게 보이지 않게 건 환영... 그 가운데에서, 홀로 목소리를 내고있는 한 남자.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이는 집무실에 있는 주황색 머리를 가진 그 방의 주인은 저가 만든 환영을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은, 당신을 만나기로 했답니다. ...네, 바로 지금요."

그 말이 끝나자 누군가의 발걸음이 집무실 밖에 바로 멈췄다. 그리고 잠시 텀을 두고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씨가 오셨습니다. 응접실로 모실까요?"
"그냥 여기로 들여보내주세요. 그리고 간단한 다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루테는 보여선 안 될 서류를 옆으로 치우다 환영과 눈이 마주쳐 웃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행복하다는 듯 해사하게....

"...기대가 되요. 당신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목소리는 그대로일까요? 환영의 마법으로 나를 속인다 해도... 환영은, 내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걸요."

잠시 소리죽여 웃던 그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다 다가오는 두명의 발소리에 서둘러 마법을 지워버렸다. 마법이 흐려지면서 잠깐이나마 형태를 드러낸 투명한 그림자가 사라지는 동시에 문이 열렸고, 그 너머로 아까 사라진 환영과 꼭 닮은, 하지만 옷차림만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씨.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방긋, 눈을 휘어웃는 여우웃음은 무언가를 덧 씌운 정교한 가면웃음. 손님의 뒤에서 것을 본 비서는 옅게 한숨을 쉬며 문을 닫았다.

사장님의 집무실에선 언제나 혼잣말이 들린다. 회사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렇다고 밖으로 퍼트리기에는 너무나 사소한 것이며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장님의 그 눈을 보았다면 아무도 그걸 말할리가 없지. 잔뜩 뒤틀렸던 루테의 눈동자를 기억해낸 비서는 얌전히 손님을 위한 다과를 준비하러 움직였다.

특정 손님이 오면 그날은 사장님의 혼잣말이 없다.

이 사실은 가장 가까이에서 루테를 보좌하는 비서만이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Log of Illusion

학교를 졸업하고서 몇년이 흘렀다. 루테는 저가 생각한 대로 본국에 돌아가 상단을 이끌었고 자연스럽게 몸이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혜은국에 거래할 일이 있어 그곳의 옷을 입고 돌아오는 길에 머문 마을. 처음 입국했던 루트와 다른 곳으로 빠져나왔기에 상단으로 돌아가려면 또 한참이나 돌아가야했다. 옷 갈아입을새도 없이 지도를 보며 돌아갈 길과 일정을 살피던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 마음에 품었지만 두려워 포기해 버렸던 그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루테는 어느새 목적도 잊어버리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버렸고... 다시 깨어난 마음을 알아차리곤 그저 방긋 웃어버렸다.

숨기는 것은 익숙하다.
그래, 이번에도.... 그저 웃으면 되는 일이야.

가면을 덧 씌우면서, 루테는 방긋- 휘어지는 웃음 사이로 제 마음을 숨겼다.


곯아버린 마음에, 사무치는 그리움에. 마음을 숨겨야 한다는 괴로움에 거짓된 환상을 불러내는 것은 그가 무너지기 시작한 마음을 붙든 최후의 마지노선.
비록 그것이 제 목을 조르는 결과일지라도, 루테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그는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하게 웃고있기에-.
후회는, 없었다.

비록, 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도.
결코, 돌아오지 않을 감정이라는 걸 알아도.
이것이,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는 걸 알기에.
언젠가 추락할 것임을 알아도 이카루스처럼 높이 날아오를 수 밖에 없으리라는 걸, 스스로가 더 잘 알아서-.

"××씨라면 언제든 환영이죠. 시간 날 때, 놀러오세요."

차선의 행복만을 쫓기로 했다. 어설프게나마 잡은 이 행복이 너무나도 좋아서. 이보다도 더한 행복을 쫓기가 무서워서.

...루테는, 그 누구보다도 겁이 많은, 겁쟁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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