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에게 보내는 첫 편지야! 음음... 사실 편지라는 것도 이게 처음인거 같지만 말야? 좋아해도 좋아! 이건 내 인생의 첫 편지일게 분명하니까! 어라라...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로 갔지. 하여간 잘 부탁할게? 마니또라는 거- 잘 모르지만 항상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D
무엇부터 시작해 볼까? 어제 하루는 잘 지냈어? 갑작스런 방문객 덕분에 섬이 좀 시끄러웠지? 갑자기 인간과 마녀가 우르르 왔으니까. 그래도 즐거워 보이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지? 물론- 기사와 마녀 사이의 일이 좀 걱정이긴 하다.... 화해... 할 수 있겠지? 아니면 적어도 싸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치?
음... 오늘은 네게 줄 선물을 찾아봐야겠다.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아직 모르지만 말야-. 그래도 노력할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From. Your friend.
Hello-
오늘로 3일째 밤이야! 곧 있으면 마니또도 끝나겠네. 오늘은 재미있게 놀았어? 글 배우는 건 천천히 해도 좋아. 아, 책은 나중에 글 익히고 읽어봐! 재미있는 옛 이야기 엄청 많더라-.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어! 모르는 글자나 단어같은 건 끝나고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v< 너는 아직은 자라는 중이지만 말야- 여전히 네 머리카락은 푹신푹신해보인다? 자꾸 손이 가는 걸 참고있지만-. 부디 그대로만 자라서 멋진 남자가 되면 좋겠어! 용족이니까 앞으로 잘 자랄 거 같지만! 멋진 모습으로 자라서 많은 친구들을도 사귀고 말야.
나중에 너를 닮은 과일을 들고 놀러갈게! 주황색에 동글동글한 오렌지나 붉은 딸기도 좋고. 그럼 이따 보자! 오늘도 좋은 밤!
Special Log. 기다리는 자
☆타르 실종로그보고 이어지는 로그. 아마도?
기사들 중에 몇몇은 죄책감에 시달려 스스로 그 생명을 버렸고, 그 외의 나머지는 시간에 흐름에 몸을 맞겼다. 조용히 칩거하는 이들도, 아니면 떠들썩하게 섬을 뒤집는 이들도 있었다. 마녀와 용, 그리고 기사가 서로 공존하는 섬. 이 묘한 공유가 익숙해질 무렵쯤에, 스테인은 역시나 섬을 뒤집는 쪽이었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뒤집는 다는 건 역시 소란스러운 일이었다.
"얘가 사라졌다는데 왜 안 찾는 거야??"
까만 어둠을 담은 용이 사라진 지 며칠째. 그동안 섬의 산들을 돌아다녔던 스테인이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툭, 내뱉은 말이었다. 평소 일상과 같이 돌아가는 마을. 용이란게 원래 제멋대로 몇년씩 잠에 드는 생물이라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것 같았다.
하루하루 재미있게 놀자. 내 짧은 삶이 다 하기 전에.
현저하게 다른 수명때문에 스테인과 타르는 그런 약속을 했었다. 매일매일을 즐겁게. 언젠가 다가올 죽음은 너의 품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지 않기로 했다. 그런 타르가, 갑자기 수면에 들어갔을 리가 없었다.
"...휩쓸렸나...?"
얼마전에 대화하면서 바람에 휩쓸렸다는 이야길 들었다. 바닷가 절벽. 땅과 물의 극단적인 온도 차이덕분에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는 곳. 자칫하면 절벽위에 서 있다가도 부는 바람에 등 떠밀려 휘청했던, 그곳에서- ...사라져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면, 타르는 이 섬에 없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부정하면 된다. 부정해버리고, 부정하고 어디엔가 그냥 쿨쿨 잠든 것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 뿐인데....
"으아- 진짜."
스테인은 결국 머리를 헤짚으면서 터덜터덜 걸었다. 섬에 들어온 인간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다리도 끊어져 어차피 나갈 수도 없던 이들에게는 그닥 감흥없던 규칙이었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다리가 있어도 못 나가는 것과 없는 채로 못 나간다는 것에 차이가 있어서 못 알아차렸던 것리 있었다.
"...이래서야, 타르가 오고싶어도 못 오잖아...."
달랑달랑. 전에 다리가 있던 장소에는 끊어진 다리와 그 절벽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밧줄이 있었다. 섬과 육지 사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엔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이래선 단 한사람도 이 섬에 들어올 수 없으리라.
"...타르 올 때까지만 할 거야..."
한참 저 너머를 노려보던 스테인은 등 돌려 섬 안으로 돌아갔다. 이 결정으로 혼과 충돌을 하게 되던가, 단장 명령에 불복하게 될지라도 타르가 돌아올 다리를 다시 만드는 것을 멈추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