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베이나씨."
페드로 슐츠는 자신의 몸에 여러가지 검사기기를 연결하는 엔지니어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서 부대 밖에 다녀온 페드로는 대대적으로 시행되는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도 부대 단위로 정밀검사가 행해졌지만 어째서인지 번번히 그를 놓쳤던 엔지니어가 이번에는 작정하고 막 복귀한 그를 잡아다 뉘여둔 것이었다. 그의 말에 페드로를 붙잡은 금발의 엔지니어가 고개를 들면서 웃었다.
"고마워."
"이전까지 주장하셨던 논문의 증거를 찾으셨잖습니까. 제 사례와 같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증거가 아닌, 실제로 증명이 가능한 사례를."
"그 리즈 군 덕분에 페드로 군의 능력도 인정이 가능해졌잖아? 분명 마지막으로 했던 간이 검사에서도 군이 리즈 군 보다 더 수치가 높았으니까."
생글생글 웃으며 기기를 작동시키는 그녀를 보면서 페드로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엔지니어 베이나.
매번 전멸에 가까운 작전에서 혼자서라도 살아돌아오는 페드로에게 흥미를 가진 지 몇 년 째. 그녀는 페드로의 사례를 기본 주제로 삼아서 논문을 하나 작성했고, 그것은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이유는 첫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기에 모든 것은 추측으로 이루어 졌으며. 둘째, 증거가 되는 사례는 오로지 페드로 한 명 뿐이었고. 셋째로는 제대로 된 검사 기기가 없어 수치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베이나의 '소용돌이/코어에 접촉한 레지먼트의 변화'라는 이름의 논문은 인정받지 못했고, 관련 연구또한 지원받지 못했었다.
그 와중에서도 자력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그녀에게 리즈의 능력 발현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리즈와 신체능력이 비슷한 막시무스를 비교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출전 기록을 들어 페드로를 그 비교대상으로 하여 상부에 보고하였고, 그녀가 그동안 보냈던 논문과, 지금 상태를 감안하여 일시적이라도 지원이 허락되었다. ...이 지원을 유지하는 것은 그녀의 재량이지만 말이다.
검사를 마치고 페드로가 커튼 쳐진 침대에 앉아 옷을 챙겨입는 동안 베이나는 검사지를 뒤적이면서 커튼을 밀치고 들어섰다. 간간히 보이는 그래프와 길고 긴 문장들. 페드로의 지식으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의 나열에 서류를 훔쳐보려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그는 베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금을 녹여 두드려 뽑아낸 듯한 밝은 금발은 풍성하게 구부러져있지만 저것은 분명 천연은 아니고 아마 매일 한시간 일찍 일어나 세팅한 머리가 분명했다. 머리 뿌리에서 약 0.5폴리스에서부터 시작된 곡선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눈동자의 색은 남색에 가까운 청색. 가장자리에 검은 부분이 선명하여 홍체와 공막의 경계가 분명한 눈은 드문 것이었다. 그 외에 화장기가 옅은 듯한 얼굴이지만 가까이 다가올 수록 맡아지는 다량의 화장품 냄새라던가 여러가지 스킨의 냄새를 생각하면 실제 나이는 보이는 얼굴의 나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예상되고, 숨길 수 없는 나이의 흔적인 목가의 주름이라던가 여러가지를 종합한다면 대략적인 나이가 짐작되었다. 화장품 냄새와 더불어 그녀가 자주 뿌리는 향수는 약간 달작지근한 느낌의 것. 하지만 요즘들어서 슬슬 냄새 자체가 변해가는 것을 보니 변질 된 것 같았다. 이번에도 바쁘거나 귀찮은 나머지 향수의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분명했다. 나이부분을 말한다면 그녀는 짜증을 내겠지만 향수는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그것까지 생각을 마친 페드로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베이나가 먼저 생긋 웃었다.
"축하해."
자신의 첫 인사를 그대로 돌려받았건만 그 이유를 짐작 할 수 없던 페드로는 그저 조용히 베이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수치상으로 오염도가 리즈군이랑 군이 엇비슷해."
"그럼...."
"이젠 군의 수면 빈도도 증명할 방법이 생긴거지. 물론 사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
페드로는 이마를 짚었다. 가뜩이나 신경을 잔뜩 끌어올린 전투 직후에 이런 두뇌 사용은 피곤을 더 증가시켰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어차피 몇가지 더 진행해야 하거든."
"...그런건 옷을 다 입기 전에 말씀해 주시질 그러셨습니까."
"어머나. 설마 다 벗고 있을 생각? 그래도 어느정도는 입어주지 않겠어?"
단추까지 채웠던 겉옷을 벗고 크라바트를 풀어내자 그 안에 입고있던 셔츠가 나왔다. 여기저기 찢어지긴 했지만 상처는 보이지 않는 잔흔.
"이번에도 도망가면 전 대원들 동원해서 잡으러 갈거야?"
"...안 도망 갈겁니다."
"그래. 일단 좀 자고있어! 자는 동안 검사 진행할 거니까."
베이나는 검사지를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고 커튼을 닫고 나갔다. 막무가내인 엔지니어를 거역할 생각이 없는 페드로는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쉬어야 한다. 뒷통수에 손을 끼워넣고 뻣뻣한 몸에 긴장을 풀었다. 몰려오는 수마를 반기며 흐려지는 시야에 분석을 시도하려는 두뇌를 억지로 멈춰세웠다.
'피곤한 능력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페드로는 눈을 감았다. 담배가 그리워진다.
페드로 슐츠는 자신의 몸에 여러가지 검사기기를 연결하는 엔지니어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서 부대 밖에 다녀온 페드로는 대대적으로 시행되는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도 부대 단위로 정밀검사가 행해졌지만 어째서인지 번번히 그를 놓쳤던 엔지니어가 이번에는 작정하고 막 복귀한 그를 잡아다 뉘여둔 것이었다. 그의 말에 페드로를 붙잡은 금발의 엔지니어가 고개를 들면서 웃었다.
"고마워."
"이전까지 주장하셨던 논문의 증거를 찾으셨잖습니까. 제 사례와 같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증거가 아닌, 실제로 증명이 가능한 사례를."
"그 리즈 군 덕분에 페드로 군의 능력도 인정이 가능해졌잖아? 분명 마지막으로 했던 간이 검사에서도 군이 리즈 군 보다 더 수치가 높았으니까."
생글생글 웃으며 기기를 작동시키는 그녀를 보면서 페드로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엔지니어 베이나.
매번 전멸에 가까운 작전에서 혼자서라도 살아돌아오는 페드로에게 흥미를 가진 지 몇 년 째. 그녀는 페드로의 사례를 기본 주제로 삼아서 논문을 하나 작성했고, 그것은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이유는 첫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었기에 모든 것은 추측으로 이루어 졌으며. 둘째, 증거가 되는 사례는 오로지 페드로 한 명 뿐이었고. 셋째로는 제대로 된 검사 기기가 없어 수치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베이나의 '소용돌이/코어에 접촉한 레지먼트의 변화'라는 이름의 논문은 인정받지 못했고, 관련 연구또한 지원받지 못했었다.
그 와중에서도 자력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그녀에게 리즈의 능력 발현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리즈와 신체능력이 비슷한 막시무스를 비교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출전 기록을 들어 페드로를 그 비교대상으로 하여 상부에 보고하였고, 그녀가 그동안 보냈던 논문과, 지금 상태를 감안하여 일시적이라도 지원이 허락되었다. ...이 지원을 유지하는 것은 그녀의 재량이지만 말이다.
검사를 마치고 페드로가 커튼 쳐진 침대에 앉아 옷을 챙겨입는 동안 베이나는 검사지를 뒤적이면서 커튼을 밀치고 들어섰다. 간간히 보이는 그래프와 길고 긴 문장들. 페드로의 지식으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의 나열에 서류를 훔쳐보려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그는 베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금을 녹여 두드려 뽑아낸 듯한 밝은 금발은 풍성하게 구부러져있지만 저것은 분명 천연은 아니고 아마 매일 한시간 일찍 일어나 세팅한 머리가 분명했다. 머리 뿌리에서 약 0.5폴리스에서부터 시작된 곡선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눈동자의 색은 남색에 가까운 청색. 가장자리에 검은 부분이 선명하여 홍체와 공막의 경계가 분명한 눈은 드문 것이었다. 그 외에 화장기가 옅은 듯한 얼굴이지만 가까이 다가올 수록 맡아지는 다량의 화장품 냄새라던가 여러가지 스킨의 냄새를 생각하면 실제 나이는 보이는 얼굴의 나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예상되고, 숨길 수 없는 나이의 흔적인 목가의 주름이라던가 여러가지를 종합한다면 대략적인 나이가 짐작되었다. 화장품 냄새와 더불어 그녀가 자주 뿌리는 향수는 약간 달작지근한 느낌의 것. 하지만 요즘들어서 슬슬 냄새 자체가 변해가는 것을 보니 변질 된 것 같았다. 이번에도 바쁘거나 귀찮은 나머지 향수의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분명했다. 나이부분을 말한다면 그녀는 짜증을 내겠지만 향수는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그것까지 생각을 마친 페드로가 입을 열려던 찰나에 베이나가 먼저 생긋 웃었다.
"축하해."
자신의 첫 인사를 그대로 돌려받았건만 그 이유를 짐작 할 수 없던 페드로는 그저 조용히 베이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수치상으로 오염도가 리즈군이랑 군이 엇비슷해."
"그럼...."
"이젠 군의 수면 빈도도 증명할 방법이 생긴거지. 물론 사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
페드로는 이마를 짚었다. 가뜩이나 신경을 잔뜩 끌어올린 전투 직후에 이런 두뇌 사용은 피곤을 더 증가시켰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어차피 몇가지 더 진행해야 하거든."
"...그런건 옷을 다 입기 전에 말씀해 주시질 그러셨습니까."
"어머나. 설마 다 벗고 있을 생각? 그래도 어느정도는 입어주지 않겠어?"
단추까지 채웠던 겉옷을 벗고 크라바트를 풀어내자 그 안에 입고있던 셔츠가 나왔다. 여기저기 찢어지긴 했지만 상처는 보이지 않는 잔흔.
"이번에도 도망가면 전 대원들 동원해서 잡으러 갈거야?"
"...안 도망 갈겁니다."
"그래. 일단 좀 자고있어! 자는 동안 검사 진행할 거니까."
베이나는 검사지를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고 커튼을 닫고 나갔다. 막무가내인 엔지니어를 거역할 생각이 없는 페드로는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쉬어야 한다. 뒷통수에 손을 끼워넣고 뻣뻣한 몸에 긴장을 풀었다. 몰려오는 수마를 반기며 흐려지는 시야에 분석을 시도하려는 두뇌를 억지로 멈춰세웠다.
'피곤한 능력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페드로는 눈을 감았다. 담배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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