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뒤바뀌었던 영혼들을 따라가듯 제 몸을 되찾았고, 모두들 서로의 몸을 빌려 쓰는 처지에서 해방되었다. 와인 랙도 그런 형제들 중에 하나로, 몸이 뒤바뀐 탓에 둥지로 와야했지만(육체던, 영혼이던간에)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종종 놀러올까."
은퇴할 때는 정말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몇달 되지않아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죽는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죽는 것을 선택했기에 떠났던 둥지였지만 역시 아버지와 형제들이 떠들썩하게 있는 둥지가 좋았다. 그래도 은퇴를 결정한 것에는 한 점의 후회도 없지만. 와인랙은 제 몸에 들어갔던 타란튤라로부터 받은 바이크 키를 빙빙 돌리면서 위층으로 올라왔다. 유달리 말끔하게 관리된 거 같은 몸은 그가 얼마나 신경써서 제 몸을 다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안전하게 다뤘다면... 손가락 하나도 베이지 않았네. 나중에 술이라도 선물해 줘야하나.'
유달리 다른 사람들보다 체온이 높으면서도 회복이 빠른 그의 몸은 병원의 의사들이 본다면 연구하겠다며 계약서를 들고올 정도의 수준이었다. 덕분에 몸도 무사하고... 무엇보다 이런 몸 상태를 알아차리지 않아줬으니까. 이런 몸 상태를 알아차렸다면, 그 진중한 형제는 분명 부작용까지 알아차렸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이크를 찾았는데... 주차되어있는 차들 중에서 유달리 반짝이는 붉은 바이크가 있었다.
'...설마, 아니지...?'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지만... 그러고보니 타란튤라는 유달리 늦게 둥지에 도착했었다. 불길한 느낌들이 순간순간 들긴 했지만....
가까이 간 바이크의 표면은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그 위에 얹어진 헬맷도 얼굴이 그대로 비칠 만큼 잘 광이 나 있었다. ....이러니까 오는 게 늦지...! 순간 욱한 심정에 헬멧에 손을 올렸다가 지문이 그대로 찍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어버렸다.
'...이래서야 평소처럼은 못 돌아가겠네. 흠집이라도 내기 미안할 정도야....'
보통 운전을 하면 타이어에 튄 돌이나 자갈에 차체에 흠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와인랙의 운전법은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묘기 같은 운전. 바이크를 타고 골목의 벽을 타는 등 험하게 운전하던 것이 평소였지만 오늘만큼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듯 싶었다.
'...집안 풍경이 보기 무서워지는데.'
헬멧을 쓰고 시동을 걸던 그는 쓰게 웃었다. 어째선지 피곤해지는 느낌이야.
☆*☆*☆*☆*☆*☆
그리 오래 비운 것도 아니지만 집안의 공기는 건조하게 버석버석 말라있었다. 집은 사람이 없는 것이 기가막히게 눈에 띈다는 것이 정답인가 싶었다. 아직 불을 켜지 않았지만 달빛에 희미하게 형체가 드러나는 풍경에 와인랙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실루엣만 보더라도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모든 것이 정리되어있었다.
탈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집안에 빛이 들어찼다. 무채색에 가깝던 곳이 빛을 얻어 저마다 색을 드러내었다. 일상적인 먼지라도 쌓여있을 법 하지만 집안 기물 전체는 갓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깔끔했다. 보지 않아도 청소하기 힘든 가구 뒤쪽도 깔끔하겠지. 살짝 어지러움과 골치아픔을 동시에 느끼던 그는 집착적일만큼 정리된 물건들에 시선을 주지 않으며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를 겸하고 있는 침실은 얼마나 정리가 되어있을지....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쓰러진 와인 랙은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분명 확인하면 잠도 오지 않을거야....
그렇게 영혼과 몸을 되찾은 와인 랙의 첫 집안 풍경과의 대면은 어둠을 틈 탄 그의 회피로 마무리 되었다. 어차피 아침의 햇살에 모든 걸 확인하게 되겠지만, 일단 그의 피곤한 영혼에 휴식을 주도록 해볼까.
그러면, 모두 Good night.
"...종종 놀러올까."
은퇴할 때는 정말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몇달 되지않아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죽는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죽는 것을 선택했기에 떠났던 둥지였지만 역시 아버지와 형제들이 떠들썩하게 있는 둥지가 좋았다. 그래도 은퇴를 결정한 것에는 한 점의 후회도 없지만. 와인랙은 제 몸에 들어갔던 타란튤라로부터 받은 바이크 키를 빙빙 돌리면서 위층으로 올라왔다. 유달리 말끔하게 관리된 거 같은 몸은 그가 얼마나 신경써서 제 몸을 다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안전하게 다뤘다면... 손가락 하나도 베이지 않았네. 나중에 술이라도 선물해 줘야하나.'
유달리 다른 사람들보다 체온이 높으면서도 회복이 빠른 그의 몸은 병원의 의사들이 본다면 연구하겠다며 계약서를 들고올 정도의 수준이었다. 덕분에 몸도 무사하고... 무엇보다 이런 몸 상태를 알아차리지 않아줬으니까. 이런 몸 상태를 알아차렸다면, 그 진중한 형제는 분명 부작용까지 알아차렸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이크를 찾았는데... 주차되어있는 차들 중에서 유달리 반짝이는 붉은 바이크가 있었다.
'...설마, 아니지...?'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지만... 그러고보니 타란튤라는 유달리 늦게 둥지에 도착했었다. 불길한 느낌들이 순간순간 들긴 했지만....
가까이 간 바이크의 표면은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그 위에 얹어진 헬맷도 얼굴이 그대로 비칠 만큼 잘 광이 나 있었다. ....이러니까 오는 게 늦지...! 순간 욱한 심정에 헬멧에 손을 올렸다가 지문이 그대로 찍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어버렸다.
'...이래서야 평소처럼은 못 돌아가겠네. 흠집이라도 내기 미안할 정도야....'
보통 운전을 하면 타이어에 튄 돌이나 자갈에 차체에 흠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와인랙의 운전법은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묘기 같은 운전. 바이크를 타고 골목의 벽을 타는 등 험하게 운전하던 것이 평소였지만 오늘만큼은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듯 싶었다.
'...집안 풍경이 보기 무서워지는데.'
헬멧을 쓰고 시동을 걸던 그는 쓰게 웃었다. 어째선지 피곤해지는 느낌이야.
☆*☆*☆*☆*☆*☆
그리 오래 비운 것도 아니지만 집안의 공기는 건조하게 버석버석 말라있었다. 집은 사람이 없는 것이 기가막히게 눈에 띈다는 것이 정답인가 싶었다. 아직 불을 켜지 않았지만 달빛에 희미하게 형체가 드러나는 풍경에 와인랙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실루엣만 보더라도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모든 것이 정리되어있었다.
탈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집안에 빛이 들어찼다. 무채색에 가깝던 곳이 빛을 얻어 저마다 색을 드러내었다. 일상적인 먼지라도 쌓여있을 법 하지만 집안 기물 전체는 갓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깔끔했다. 보지 않아도 청소하기 힘든 가구 뒤쪽도 깔끔하겠지. 살짝 어지러움과 골치아픔을 동시에 느끼던 그는 집착적일만큼 정리된 물건들에 시선을 주지 않으며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를 겸하고 있는 침실은 얼마나 정리가 되어있을지....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쓰러진 와인 랙은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분명 확인하면 잠도 오지 않을거야....
그렇게 영혼과 몸을 되찾은 와인 랙의 첫 집안 풍경과의 대면은 어둠을 틈 탄 그의 회피로 마무리 되었다. 어차피 아침의 햇살에 모든 걸 확인하게 되겠지만, 일단 그의 피곤한 영혼에 휴식을 주도록 해볼까.
그러면, 모두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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